
얼마전 그녀와 무인양품이라는 곳을 가게 되었다. 그녀는 3층에 있는 벽걸이 CD플레이어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것은 마치 KYOBO문고의 Hot Tracks에서 베스트셀러 CD를 청음 하는 코너의 감성같은 디자인을 띄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녀와 LP바를 함께 갔었던 기억이 있다. 그녀가 LP나 CD같은 원반 디스크에 대한 로망과 호기심을 갖고 있으리라, 으레 생각한 나는 며칠 뒤 그런 계통의 CD플레이어와 The Velvet Underground의 CD를 선물했다.
mp3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으로 인하여 CD는 멸종될것이라는 예측은 아직까지는 빗나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놀랍게도 아직까지는 아이돌 영상통화 응모권을 비롯한 상술의 힘으로CD가 밀리언셀러를 배출하고 있다. CD보다 6~7배 가량의 정보를 더 저장할 수 있는 DVD가 이제는 NetFlix등의 스트리밍 OTT에 밀려 영화, 드라마 재생이 아닌 백업디스크의 용도로 전락한것을 생각해보면 훨씬 기대수명이 더 긴 매체가 되어버린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시계바늘을 조금 더 뒤로 돌려보면 CD는 플로피 디스크, 카세트 테이프, 비디오 테이프, 카트리지 롬의 전성기에 이미 존재 했었다. 닌텐도 패미컴의 카트리지 롬 게임팩이 겨우 40Kb을 지원 했을때도, 이문세가 별밤지기를 하며 카세트 테이프를 소녀팬들에게 팔아댈때도, 중2병 걸린 애들이 빨간색 비디오 테이프를 부모 몰래 보면서 딸딸이를 치려고 할때도 700Mb가 넘는 CD는 그것들을 밀어내고 주류 매체가 되지 못했었다.
음반 시장에서의 CD점유율이 카세트테이프와 대등해졌을때 Windows 95가 각 가정으로 찾아왔을때도 사람들은 CD 설치가 아닌 플로피 디스크 30장으로 OS 설치를 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CD는 MTV 채널 개국 이후 POP 시장의 거대 글로벌화 + Windows 95~98 시리즈의 세계적인 대성공 + PlayStation 진영의 CD-ROM 타이틀 생태계 채택과 같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드디어 뒤늦은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직전 저장매체들이 단독요인의 원툴로 전성기를 맞이한것에 비하면 매우 힘들게 안방을 차지한것이다.
그러나 90년대 중후반 안방마님에 안착한 CD는 곧바로 2000년대 밀레니엄을 앞두고 위기를 맞게된다. 光통신망의 발전과 mp3 mp4 시대가 사람들의 생각보다 너무 빨리 찾아온것이다. 2000달러 상당의 CD레코더는 순식간에 100달러가 되어버려 고점에 매입한 user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USB의 시대도 뒤이어 도래했다. 사람들은 CD를 잊기 시작했다. 그럴때쯤 Cloud 컴퓨팅까지 등장했다. 0.7Gb의 용량을 보유한 원판 디스크는 그렇게 최소 수십Gb이상을 탑재한 USB메모리와 외장HDD, Cloud 컴퓨팅에 패퇴하는 듯 했다.
그러나 지금 여전히 CD는 우리의 곁에 있다. 멀티미디어가 아닌 오디오CD의 영역으로 말이다. 드디어 이 미디어는 본래의 목적을 과시하듯 아이돌 스타의 팬덤을 등에 업고 원툴로 돌아왔다. ebook과 codex종이책이 공존하듯이 스트리밍 mp3와 오디오CD는 잘 공존하고 있다. 20년전 Napster와 RIAA(미국 음반산업협회)가 서로 죽일듯이 소송하고 싸우던 시대는 저물고, 스마트폰 속의 Spotify와 스마트폰과 그닥 관련없는 CD는 LP와도 함께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또 그녀에게 2번째 CD를 선물했다.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세계의 명반은 더더욱 쌓여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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